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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your favorite color blue ‘Cause you’re somethin‘ like my kryptonite



할말이 너무 많아서 어느 말부터 꺼내야 할 지 아리송 ,,



내가 좋아하는 바다



이제 와서 24년을 돌이켜 보자면 제자리걸음만 겨우 해낸 1년으로 요약될 것만 같고.

초반에 열심히 쓰던 일기는 끊어진 지 오래요, 달마다 기고하던 에디터 활동조차 그만둔 지 어언 반년이 되어가는 듯하다. 분명 그때는 그만 두면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나설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것저것 골라잡아 읽기만 바쁘다. 뭐라도 쓰고 싶어서 안달 났던 여름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


오일장에서 산 수면양말



많이 걸었다고는 할 수 있겠다. 목적지까지 생각 없이 걷는 시간이 편하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움직이는 건 나밖에 없는 잠깐의 시간. 25년에는 목적지 없이 휘적거리는 법도 깨닫고 싶다.

갇힌 열을 빼내야만 살았는데 홀로 삭히는 법도 슬 배워간다. 근데 이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어서 이따금 목청을 높이곤 만다. 시끄러운 식당에서 고래고래 떠들다 보면 쌓인 게 전부 발화되어서 몸 바깥으로 나가버리는 착각이 들곤 하고.

김애란이 썼던 것처럼, 제철 재료와 음식을 먹어야만 몸이 계절 바뀐 걸 아는데 올해는 떡국도 소고기뭇국도 미역국도 다 먹었다. 다만 이 시기면 한 번쯤 독하게 앓았을 감기가 아직 오질 않았다. 최근 몸살이 갑자기 일었는데 지나고 보니 사랑니 발치 후유증이었다. 해봤자 뼛조각인데 그 쓸모도 없던 작은 거 뽑았다고 그렇게나 통증이 생길 일인가 싶다가도 사랑니를 주제로 한 노래가 괜히 많은 건 아니겠거니 싶었다. 어렸을 땐 아이유의 <사랑니>가 꼭 내 얘기만 같았ㅋㅋㅋㅋㅋ아웃겨 난몰라몰라이벌레같은사랑 ㅠ 하여간 아직 해가 바뀐 걸 실감 못하고 있다는 말. 제까지 다 지내놓고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


오롬마르


24년엔 친구랑 첫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국내도 열심히 돌아다녔다. 혼자 열심히 버스 타며 이동하던 교환학생 시절이 생각날 줄 알았는데 날씨가 딴판이라 그런지 별 생각 안 들었다.
그래서 그 혼자 다닌 여행이 아무래도 잊지 못할 기억이 맞는 것 같아서 앞으론 더 만들어보려고. 저장과 비축에 미친 이 습관을 좀 뜯어 고치고 시간도 돈도 좀 쓸 계획이다. 혼자 다니겠다는 말이 아니고 여기저기 돌아다녀볼 심산이라는 뜻.

혼자 산 지는 꽤 되었지만 나를 챙길 줄은 잘 몰랐다. 매일 대충 인스턴트에 없는 대로 살려니 만사 급급하고 부족했는데 이젠 안 그래도 되어서 나름 애쓴다. 밥도 해 먹고, 잡곡도 섞어보고, 안 먹어본 제철 채소도 사보고. 무를 조리고 나물을 무치고 양념을 재우고. 올해엔 장아찌를 담가볼까 한다. 1인분이 아니라 2인분 3인분도 간을 기가 막히게 잘 맞추는 능력도 생겼으면 좋겠고.

수박이에서 지은이가 튼 노래


평소엔 가사 없는 노래를 즐겨 듣는 나에 비해 지은이는 가사가 가득한 노래를 많이 듣는다. 텐션이 마구 올랐는데 체력은 다소 부족해서 조용히 신나했다.

벌써부터 25년 여름을 유독 길 거라는 뉴스가 돈다. 추워서 웅크리는 것보단 덥다고 마구 부채질하고 마냥 쏘다니는 게 좋은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소식. 지구가 죽어가는 징조라는데 인간이 살기 힘들어지는 거랑 지구가 죽어가는 거랑 동의어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연말엔 놀고 싶은 사람들과 놀았고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사람들과도 시간을 보냈다. 얘가 기억하는 나랑 쟤가 기억하는 내가 다르고 걔가 아는 나는 또 달랐다. 그 애들은 전부 삶의 다른 마디에 속해있다. 각 마디 안에서의 나는 어떤 말투를 썼는지, 어떤 옷을 자주 입었는지, 뭘 자주 먹었는지 떠올려봤는데 매 시기마다 다른 색감, 다른 맛이었다. 25년 연말에 만나면 이 겨울 역시 또 토막으로 기억되겠지. 무난했으면 좋겠다. 잔인한 4월 같은 거 말고 평범한 1월 2월 ,,~

따라쟁이들


첫번째로 씻고 칫솔을 비스듬히 올려놨는데, 나중에 들어가보니 오씨들도 똑같이 올려놨더라. 귀여워서 찍어왔다.

더는 간직하지 않을 사진과 영상이 늘었다. 어떻게든 남겨놓았던 기억들인데, 시간이 갈수록 추가되는 새로운 추억들이 워낙 많아서 버틸 재간이 없었다. 사실 핑계고 더는 서로 간직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다. 널 삭제하고, 날 지우고. 차마 휴지통으로 옮겨놓고 바로 비우진 못했다. 분명 재밌는 철을 같이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지워진다. 더는 품어 둘 필요가 없어서 지운다고 하던데 나는 나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외롭기도 하고, 차라리 내가 먼저 지워버리고 말겠다는 찌질한 천성도 있고. 그래서 지웠다. 그러다가 게 중에는 또 연락이 닿아서 25년에는 한 번쯤 커피 한 잔 정도는 해볼 요량이고.
뭐가 됐든 다들 웃으며 살고 있으니 되었다고 생각한다. SNS에는 잘 사는 모습만 자랑한다지만 웃는 사진이 찍힌다는 건 실제로도 웃었다는 말이니까. 그거면 된다.

해장국 먹고 믹스커피



은희네 먹고 뽑아 먹은 자판기 커피. 수박이가 아니라 스타렉스였으면 오 순경 범죄 영화 한 편 뚝딱이었는데 ,,

입사하고 최장 기간 집에 있다가 왔다. 매트리스가 너무 푹신해서 허리가 아팠다. 새삼 서울 방에 매트리스는 잘 샀음을 실감.
오일장에서 춘향이네도 다녀오고 잘 쉬었다. 분명 잘 쉬었는데 기분은 썩 좋지 않았던 연휴.


장바구니 물가 대박 !


요즘 깻잎 비싸서 식당 가면 대신 청경채를 주기도 하던데, 오일장에서는 2천원을 주면 깻잎 한 40장을 건네준다. 엄마한테 이게 얼마냐고 되물어봤다.

문장 수집용 공책도 드디어 한 권을 다 썼다. 최근엔 펜 리필심 사둔 것도 거덜 나서 아트박스에 다녀왔다. 귀찮을 것 같아서 5개를 한 번에 샀다. 모나미는 왜 0.28mm 심이 없을까 ,, 시그노 스타일핏은 종이에 닿자마자 말라버리는 건지 손에 묻지 않고 번지지 않아서 좋다. 모나미도 얼른 얇은 펜 내줘라.

화분을 여럿 들였었는데, 햇빛이 중요한 아이들은 종내 초록별로 떠나버렸고 직사광선 필요 없는 화분들만 남았다. 사람들이 왜 다육이를 선호하는지 잘 알겠다.
그래도 하나는 너무 잘 자라서 분양까지 했는데 잘 살고 있는지 소식은 못 들었다.

수건 케이크 실패 후 도전한 카페였는데 이름 기억 못하는 중


올해는 커피를 좀 줄여보려고 한다. 오래 즐기려면 적당히 취할 줄 알아야 하니까 ,, 아무래도 하루에 3샷 이상은 안되겠다. 갈수록 탈이 잘 난다. 매일 도란도란 먹다가 곱창났던 걸 생각하면 확실히 소화기관이 튼튼하진 않은 것 같긴 해 ,,

설이 지나고 대청소를 했다. 7평도 안 되는 작은 방이지만 청소할 구석은 왜 이리 많은지. 찌든 물때를 긁어내고 곡고가 신나게 밟고 다닌 이불을 빨았다. 좌식 소파는 편하지만 돌돌이로 먼지를 떼어낼 때마다 들어 올리기 무겁다. 모카포트도 고무패킹까지 다 분리해서 한번 세척하고 냉동고를 비웠다. 뭐든 아끼다간 버리게 된다는 걸 다시 체감한 청소.

롤케이크 = 엣지 포인트


2월 초인데 날씨가 풀려간다. 이대로 풀렸으면 좋겠다. 지난여름 보내자마자 이번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작년 여름은 합정과 수업과 춤과 글과 술이 떠오르는데 이번 겨울은 뭘 상기시킬지. 지난 봄은 벚꽃과 공원과 커피와 전혜린이 떠오르는데 다가올 계절들은 뭘 가지고 올 지. 지난 가을과 지나고 있는 이 겨울에도 춤은 있을 것 같고. 앞으로 올 봄과 가을엔 가본 적 없는 도시들이 줄어들면 재밌을 것 같기도.


최근 급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홍학의 자리>와 <급류>를 연말과 연초에 읽었다. <급류>는 아마 내가 처음으로 다시 알라딘에 갖다 판 책이 될 예정.
요즘은 천운영을 읽고 있다. 공항에서 읽다가 눈물 그렁그렁해서 책을 닫고 메일을 열었더니 눈물이 쏘옥 들어갔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술자리의 마무리는 계란프라이지 하며, 내 오랜 벗에게 계란을 부치게 만들었다. 노른자는 왜 터뜨렸느냐 타박까지 하면서.
그렇다. 모든 게 계란프라이 때문이었다.
마지막 순간의 계란프라이.

그 애 이름은 민. 가끔 내 성을 붙여 천민이라 부르기도 하던 반려견. 첫 책이 나왔을 때 데려온 아이니 15년을 함께 산 셈.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늙은 태가 났지만 아직 멀었다 믿었다. 자꾸 구석으로 숨어들어 잠만 자는 걸 보면서도 의심하지 않았다. 며칠 곡기를 끊고 잠만 자던 그 애가 쌩쌩하게 일어나, 내가 비벼준 계란프라이 사료를 맛있게 먹어 치우는 걸 보면서 더욱 그리 믿었다. 내 손가락에 묻은 노른자까지 싹싹 핥는 걸 보며, 왜 아픈 척하고 그래, 구박했다. 믿고 외출을 했다.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갔다. 문을 열자 여느 때처럼 현관으로 나와 나를 맞았다. 꼬리가 아니라 엉덩이를 격하게 흔들며, 반겼다. 그리고 쓰러졌다. (s.10)


곡고와 꼬박 1달을 보내면서 깨달은 점. 역시 다른 생명과 함께 지내는 건 많이 어려운 일. 우선 한동안은 또 랜선 집사라는 직책에 만족하기로 했다. 책임 없는 쾌락엔 손에 닿는 따뜻함도 부드러움도 없지만 ,,~


다음 일기는 아마 봄 지나 여름 아니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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